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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에서 웰니스로, 트레이너의 다음 10년

작년 가을, 한 트레이너 교육 현장에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요즘 회원들이 운동만으로는 만족을 못 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뭘 더 해야 할까요?"

그 강사는 10년 넘게 현장을 지킨 베테랑이었습니다. 기능해부학도 잘 알고, 운동 지도력도 뛰어났지만 어딘가 막혀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자주 듣습니다. 회원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털어놓는 경우가 늘었고,
정신적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겁니다. 그들은 묻습니다. "제가 뭔가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요?"

저는 16년 동안 한의사로 통증과 재활 임상을 해왔고, 동시에 재활과 운동 분야의 전문가들과 교류해왔습니다.
30권이 넘는 운동 관련 서적을 번역하고 수백 번의 강의를 하면서 한 가지 확신이 생겼습니다.

지금 트레이너들이 막혀 있는 지점은 기술이 아니라 "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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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증 클리닉에서 본 현실

한의원에 오는 환자 중 상당수는 운동을 하다가 다친 사람들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운동을 '열심히' 하다가 다친 사람들입니다.
PT를 받고, 필라테스를 하고, 크로스핏을 하지만 어깨가 아프고 허리가 뻐근하며 무릎이 시큰거린다고 합니다.

진료실에서 물어보면 비슷한 패턴이 반복됩니다. 수면은 5~6시간, 스트레스는 높고, 식사는 불규칙합니다.
그 상태로 주 5회 고강도 운동을 합니다. 이들에게 운동은 회복이 아니라 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버립니다.

치료를 하면 일시적으로 좋아지지만, 두세 달 후 다시 찾아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패턴이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궁금해졌습니다. 이들을 처음 만난 트레이너는 무엇을 봤을까? 스쿼트 자세, 코어 안정성, 움직임 패턴?
그것도 중요하지만, 이 사람의 하루 리듬은 봤을까요?

## 번역 작업을 하면서 본 흐름

제가 지난 10여 년간 번역한 책들을 보면 시대의 흐름이 보입니다.

2010년대 초반에는 'Functional Training', 'Movement Patterns'가 중심이었습니다. 그다음은 'Pain Science', 'Neuroscience for Rehabilitation'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몇 년은 'Lifestyle Medicine', 'Recovery-Based Training', 'Stress and Movement'가

주요 키워드입니다.

서구권에서는 이미 트레이너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운동 프로그램을 주는 전문가에서, 클라이언트의 생활 맥락 속에서 움직임을 설계하는 전문가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을 'Health Coach', 'Wellness Professional'이라고 부릅니다.

근거도 계속 나옵니다. 운동의 효과가 수면의 질, 스트레스 수준, 영양 상태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연구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만성 통증 환자의 70% 이상이 수면 장애를 동반한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운동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 균형이라는 이름의 웰니스

한의학에는 '미병(未病)'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아직 병은 아니지만, 건강하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만성 피로', '컨디션 저하', '원인 모를 통증' 같은 것입니다.

한의학의 핵심은 균형입니다. 음양, 기혈, 오장육부의 균형. 어느 한 요소가 무너지면 전체가 흔들립니다.
이게 웰니스의 본질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운동만 잘한다고 건강한 게 아닙니다. 잠, 식사, 스트레스, 감정, 회복이 함께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운동은 자극이고, 자극은 회복을 전제로 합니다. 회복 없는 자극은 소모입니다. 이 원리는 전통 의학의 기본이자,
현대 운동과학이 도달한 결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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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은 이미 방향을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트레이너들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여전히 세션 수로만 경쟁하는 사람들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함께 보는 사람들입니다.
후자의 고객 이탈률이 훨씬 낮습니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 필라테스 강사는 제 강의를 들은 뒤 수업 방식을 바꿨습니다. 수업 전 5분 동안 회원의 컨디션을 체크합니다.
어제 잠은 어땠는지, 스트레스는 어떤지, 몸의 긴장은 어디에 있는지를 묻습니다. 그 후 그날의 강도와 종목을 정합니다.

회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은 진짜 나를 본다고 느껴져요."

글로벌 웰니스 시장 규모는 2025년 6.8조 달러에서 2034년 11조 달러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웰니스 코칭 분야는 연평균 9.5%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건강의 정의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 트레이너가 확장해야 할 영역

그렇다면 트레이너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새로운 자격증이나 복잡한 시스템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관찰의 깊이와 사고의 확장입니다.

첫째, 관찰의 폭을 넓히세요.

고객의 자세만 보지 말고 표정과 에너지를 함께 보 세요. 컨디션이 평소와 다르다면 이유를 물어보 세요. "잠은 괜찮으셨어요?",
"요즘 스트레스는 어떠세요?" 이 한 문장이 트레이너를 새로운 차원의 전문가로 만듭니다.

둘째, 회복을 설계하세요.

운동 강도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의 리듬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수면, 스트레스, 영양 상태를 점검하고,
그에 따라 운동 볼륨을 조절하 세요. 회복이 70%면 강도도 70%로 맞추는 것이 진짜 맞춤형 코칭입니다.

셋째, 대화의 언어를 바꾸세요

"오늘 뭐 하실래요?" 대신 "요즘 몸은 좀 가벼워지셨나요?" "더 무겁게!" 대신 "이 정도면 내일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 변화가 트레이너의 정체성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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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다루는 것은 몸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임상과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겁니다. 몸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감정과 경험이 저장된 기록입니다.
스트레스, 불안, 수면 부족, 피로는 모두 몸의 언어로 표현됩니다. 이것이 통증이 되고, 움직임의 제한이 되고, 회복의 실패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그동안 몸을 '단련'시키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몸을 '회복'시키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오래, 더 편안하게 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웰니스의 본질이며, 앞으로 트레이너가 가야 할 방향입니다.

## 10년 후를 준비하는 법

현재의 피트니스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비슷한 프로그램, 비슷한 콘텐츠, 비슷한 가격대가 넘쳐납니다.
이 안에서 차별화를 만드는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깊은 이해입니다.

제가 만나본 10년 이상 현장을 지켜온 트레이너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고객의 '운동'을 넘어서 고객의 '삶'을 함께 봅니다.
고객이 힘들 때 가장 먼저 연락하는 사람, 변화를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가 됩니다.

그것이 진정한 웰니스 트레이너입니다. 운동을 가르치지만 삶의 리듬을 함께 만듭니다. 자극을 주지만 회복을 먼저 생각합니다.
몸을 다루지만 사람을 이해합니다.

앞으로의 10년, 살아남는 트레이너는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통찰이 있는 사람입니다. 고객의 하루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운동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설계할 수 있는 사람. 그런 트레이너가 결국 오래 남습니다.

다음 세션에서 이렇게 물어보세요.

"요즘 잠은 좀 괜찮으세요?"

이 질문이 당신의 다음 10년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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