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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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Wellness
2025-11-19
최근 1년 정도 테니스를 배우고 있습니다. 배우기 쉬운 스포츠는 없지만
골프나 테니스는 어느 정도 경기를 하기 까지 오래 걸리는 스포츠로 유명하죠.
최근 일정이 맞지 않아서 새로운 코치님과 테니스를 하고 있는데, 배우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이전 코치님은 시범을 보이고, 영상을 찍고, 직접 손으로 자세를 고쳐주셨는데요.
지금 코치님은 이론과 자세의 느낌이 어떠한지 말로 설명을 해주는 타입이십니다.
그러면서 “아 나는 청각적 학습자였구나” 하고 다시 깨달으면서 이글을 써봅니다.
운동 현장에서 10년, 20년을 일해온 트레이너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것입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설명해도, 어떤 회원은 금방 따라 하는데 어떤 회원은 몇 주가 걸립니다.
"이 회원은 운동신경이 없나?" 하고 생각했다면, 잠시 멈춰보시기 바랍니다. 문제는 회원이 아니라 당신의 티칭 방식일 수 있습니다.
VAK 모델: 같은 말도 다르게 들립니다
1970년대 교육학자들이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선호 채널'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눈으로 보고 배우고, 누군가는 귀로 듣고 배우고, 또 누군가는 몸으로 느끼며 배웁니다.

이것이 뇌과학으로도 설명됩니다. 우리 뇌에는 정보를 처리하는 여러 구역이 있습니다.
눈으로 본 정보는 뇌 뒤쪽(후두엽)에서,
귀로 들은 정보는 뇌 옆쪽(측두엽)에서,
몸의 감각은 뇌 중간 부분(두정엽)과 뇌 아래쪽(소뇌)에서 처리됩니다.
사람마다 어느 구역이 더 발달했느냐, 어떤 경로를 선호하느냐가 다릅니다.
시각적 학습자: "보는 것으로 깨닫습니다."
당신이 시범 보이는 걸 눈으로 쫓으면서 배웁니다
거울 보는 걸 좋아하고, 동영상 찍어달라고 자주 요청합니다
"아, 이렇게요?" 하면서 당신 동작을 따라합니다
청각적 학습자: "설명해주면 이해합니다"
"발바닥으로 바닥을 밀어요", "복부에 풍선을 가둔다고 생각하세요" 같은 말에 반응합니다
질문이 많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왜 그렇게 해야 하죠?"
핵심 포인트를 메모하거나 중얼거리면서 머리속으로 연습합니다
역학적 학습자: "해봐야 압니다"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일단 해봅니다
당신이 직접 어깨를 살짝 눌러서 위치를 잡아주면 "아!" 하고 바로 이해합니다
반복, 또 반복. 몸으로 익힐 때까지 계속합니다
한편, 운동을 배우는 과정(Motor learning)에는 단계가 있습니다. 1967년 Fitts와 Posner라는 학자들이 정리한 모델인데, 움직임을 가르칠 때 고려하시면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1단계: 머리로 이해하기 (인지 단계) "데드리프트가 뭐지? 어떻게 하는 거지?"
이 단계에서는 시각과 청각이 중요합니다
시범 보고, 설명 듣고,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여기서 회원의 학습 유형을 빠르게 파악하는 게 핵심입니다
2단계: 점점 나아지기 (연합 단계)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근데 여기가 아직 어색해."
동작이 매끄러워지는 단계입니다
이때부터는 시각, 청각, 신체감각을 모두 활용합니다
거울 보면서(시각), "엉덩이 먼저!"라는 큐를 듣고(청각), 햄스트링 당기는 느낌을 느끼면서(신체감각) 교정합니다
3단계: 자동으로 되기 (자동화 단계) "생각 안 해도 몸이 알아서 움직여."
이 단계에서는 역학적 학습자가 빛납니다
반복 연습을 통해 뇌가 운동 패턴을 저장합니다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기억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초보자는 보고 듣는 게 중요하지만, 숙련될수록 '느낌'이 더 중요해집니다.
하지만 초보자라도 본인의 선호 채널로 시작하면 훨씬 빠르게 배웁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자기가 배웠던 방식으로 가르칩니다.
시각적 학습자인 트레이너는 시범을 열심히 보입니다. "제 동작 잘 보세요!" 하면서
완벽한 스쿼트를 5번 연속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청각적 학습자인 회원은 속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거지?"
청각적 학습자인 트레이너(바로 저)은 설명이 깁니다.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요, 발끝은 11시 1시 방향으로 살짝 틀어주시고, 무릎은 발끝 방향으로 나가야 하고..."
시각적 학습자는 지칩니다. "그냥 한 번만 보여주세요!"
역학적 학습자인 트레이너는 직접 해보라고 합니다.
"일단 해보세요. 몸으로 느껴봐야 알아요." 청각적 학습자는 불안합니다. "그래서 정확히 뭘 해야 하는데요?"
이것이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투사 편향'입니다. 자기 생각을 남에게도 적용하는 경향입니다.
우리는 모든 회원이 나처럼 배울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가정합니다.
특히나 “선수 출신” 인 경우에는 자신이 경험하고 배웠던 대로 회원에게 지도하는데,
회원의 배움이 늘지 않으면, “운동 신경” 탓을 하게 될 것 입니다.
공정하게 말하면,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있습니다.
2008년 Pashler라는 심리학자가 여러 연구를 종합 분석했는데,
"학습 스타일에 맞춰서 가르치면 정말 효과가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그럼 소용없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여기에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위의 연구는
일반 교육(수학, 역사, 과학) 에 대한 것입니다. 그런데 운동 학습은 좀 다릅니다.
한발 더 나아가서.
이글 전반에 걸쳐서 학습자의 배움 성향을 말씀드렸는데요.
딱 잘라서 한 가지 성향만 사용하는 것은 정체될 수 있습니다.
운동 기술을 배우는 것은 본질적으로 '여러 감각을 동시에 써야 하는' 과정입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으로 느낍니다. 2015년 Sigrist의 연구를 보면,
운동 학습에서는 시각, 청각, 촉각 피드백이 각각 다른 효과를 낸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생각 할 부분은: "회원을 한 가지 유형으로 못 박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채널을 찾아서 먼저 활용하는 것입니다."
회원이 어떤 학습자인지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처음 3번 정도 세션하면 패턴이 보입니다.
질문하는 방식
시각적: "다시 한번 보여주실 수 있어요?"
청각적: "그러니까 이렇게 하라는 말씀이신가요?"
역학적: 질문보다 "일단 해볼게요" 하고 시도합니다
교정할 때 반응
시각적: 거울 앞으로 데려가면 "아!" 합니다
청각적: "무릎이 안쪽으로 말리고 있어요" 하면 바로 고칩니다
역학적: 손으로 살짝 터치해서 자세 잡아주면 즉각 반응합니다
복습 방법
시각적: 동작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갑니다
청각적: "발끝 방향, 엉덩이 먼저"같은 핵심 큐를 메모합니다
역학적: 아무것도 안 적고 그냥 반복 연습합니다
스쿼트를 가르칠 때
시각적 회원에게: "제 동작 보세요." (완벽한 시범) "거울 보면서 해보세요. 무릎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세요." "여기 영상 찍어드릴게요. 자, 보세요. 이 순간에 등이..."
청각적 회원에게: "발바닥 3점으로 바닥을 누르세요. 엄지발가락, 새끼발가락, 뒤꿈치." "엉덩이를 뒤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고 생각하세요." "내려갈 때 '엉덩이 먼저' 하고 속으로 말하세요."
역학적 회원에게: "일단 해보세요." (관찰) (손으로 골반을 살짝 터치) "이 부분이 먼저 뒤로 가야 해요." "10회 해보세요. 햄스트링 늘어나는 느낌 느껴지죠?"
2016년 Shams와 Seitz라는 뇌과학자들이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러 감각을 동시에 쓰면 학습 효과가 배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다중 감각 학습'이라고 합니다. 눈으로 보면서 동시에 귀로 듣고, 몸으로 느끼면 뇌의 여러 부분이 한꺼번에 활성화됩니다. 마치 길을 만들 때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길을 동시에 내는 것처럼, 기억이 더 강하게 저장됩니다.
그럼 항상 다 섞어서 써야 할까요?
아닙니다. 여기서 또 다른 이론이 등장합니다. 1973년 Kahneman이라는 심리학자의 '주의 용량 이론'입니다.
우리 뇌의 집중력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초보자는 동작 자체에 집중하느라 머리가 복잡합니다.
이때 시각, 청각, 신체감각 정보가 동시에 쏟아지면? 오버플로우(overflow), 멘붕이 옵니다.
초기 (1-4주차):
회원의 선호 채널 70% + 보조 채널 30%
"이 회원은 청각적이네?" → 명확한 언어 큐 중심으로 가르칩니다
시범도 보여주되, 설명에 더 무게를 둡니다
중기 (1-3개월차):
선호 채널 50% + 다른 채널 50%
이제 동작이 익숙해지니까 다른 감각 피드백도 추가합니다
"발끝 방향"(청각) + 거울 확인(시각) + 바닥 누르는 느낌(신체감각)
숙련 (3개월 이후):
모든 채널을 통합적으로 활용합니다
복잡한 교정이 가능해집니다
"영상 보세요. 여기서 엉덩이가 먼저 가야 하는데, 무릎이 먼저 나가고 있죠?
다시 해볼 때 햄스트링 늘어나는 느낌에 집중하세요."
이것이 바로 제가 테니스에서 경험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청각 큐에만 집중했고,
그래서 빠르게 배웠습니다. 그 다음에 비디오 분석(시각)이 더해지니까 세밀한 교정이 가능해졌습니다.
제 환자분 중에 배드민턴으로 아마추어 우승을 하시는 분이 계신데
이분은 아이폰 1TB 가 모두 본인 레슨 영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처음엔 왜 그렇게 하나 하고 생각했는데 제게 적용해 보니 또다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더라구요.
세션 시작 전 (First 3 Sessions)
회원이 어떤 질문을 주로 하는지 들어보기
교정 후 어떤 피드백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지 관찰하기
회원이 스스로 어떻게 복습하는지 물어보기
큐잉 레퍼토리 늘리기
시각적 회원: "거울 보세요", "제 동작 따라해보세요", "여기 영상 보세요"
청각적 회원: "~한다고 생각하세요", "~하는 느낌으로", 의성어 활용 ("쿵! 하고 바닥을 밀어요")
역학적 회원: "이 느낌", "여기 긴장감", 가벼운 터치 큐잉, 많은 반복
진행 상황 점검 (매달)
초기: 선호 채널 집중
중기: 점진적으로 다른 감각 추가
숙련: 통합적 다중 감각 코칭
저는 테니스 코트에서 깨달았습니다. 코치님이 바뀌면서 갑자기 실력이 늘기 시작했을 때, "
내가 갑자기 운동신경이 생긴 게 아니구나. 내 뇌가 가장 잘 알아듣는 언어로 코칭을 받게 된 거구나."
그리고 돌아보니, 저도 움직임 지도자로서 같은 실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환자나 고객들에게 설명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왜일까요? 제가 청각적 학습자니까요. 제가 그렇게 배우니까요.
시각적 학습자인 회원은 제 긴 설명에 지쳐 있었을 것입니다. "그냥 보여만 주세요, 원장님..."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다음번에 "이 회원님은 왜 이렇게 안늘지?” “내 강의의 수강자들이 왜 불만족 하는 것 같지” 라는 생각이 들 때, 한 번만 멈춰보십시오.
질문을 바꿔보는 것입니다:
"왜 이 회원은 이해를 못 할까?" (X)
"이 회원의 뇌는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가장 잘 받아들일까?" (O)
뇌과학자 Antonio Damasio의 말처럼, 우리는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운동 학습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원이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채널,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을 찾아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시각적 학습자에게는 한 번의 명확한 시범이,
청각적 학습자에게는 핵심을 짚는 한 문장이,
역학적 학습자에게는 직접 해보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다음 세션에서 실험해보십시오.
"이 회원은 보는 게 편할까, 듣는 게 편할까, 해보는 게 편할까?"
이 한 가지 질문이, 몇 주 동안 안 되던 동작을 한 세션 만에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억하십시오. 회원이 못 배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사람의 언어로 말하지 않고 있었을 뿐입니다.
"좋은 트레이너는 잘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회원의 뇌가 가장 편하게 배우는 방식을 찾아주는 사람입니다."
Fitts, P. M., & Posner, M. I. (1967). Human performance. Brooks/Cole.
Pashler, H., et al. (2008). Learning styles: Concepts and evidence.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9(3), 105-119.
Sigrist, R., et al. (2015). Augmented visual feedback in motor learning and performance. Sports Medicine, 45(8), 1141-1157.
Shams, L., & Seitz, A. R. (2016). Benefits of multisensory learning.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2(11), 411-417.
Kahneman, D. (1973). Attention and effort. Prentice-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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